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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10살부터 인생을 다시 쓴다.
[무서운 이야기]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10살부터 인생을 다시 쓴다.
 
STARTING OVER
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38:00.45 ID:oIV6bjxg0
이건 아마, 니가 상상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될거라고 생각해.
 
그럴것이, 20살의 기억을 가진 채로,
10살 때로 돌아가서 다시 해나간다고 한다면,
보통, 그 기억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할테지
 
첫번째 인생의 반성이나 교훈을 살려서,
좀 더 뛰어난 두번째 인생을 목표로 할 터.
 
그렇지만 내가 한 일은 말하자면,
마치 그 정반대의 일이였어.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해. 정말로


3:
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39:03.78 ID:oIV6bjxg0 
자신의 인생이 10년 거슬러 올라간 것을 알았을때,
나는 생각했어, "어째서 쓸데 없는 짓을 하는거냐 !"라고.
 
그럴것이, 나는 내 인생이 맘에 들었었어.
예쁜 여자친구가 있고, 친구 복도 많았고,
그런대로 괜찮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전도유망이었으니까.
 
인생을 다시 고쳐나갈 찬스란건, 좀더,
자신의 인생에 절망하고 있는,
그런 사람에게 줘야할 것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쓸데없는 걸 생각해버리고 말았어.




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41:30.25 ID:oIV6bjxg0
내가 생각해낸 것을 말하자면, 첫 번째 인생을,
두번째인생에서도, 그대로 해나가자는 것이었어.
 
자신이 지금부터 범할 실수를 알고 있다고 해도,
구태여 전부, 그래도 반복하자고 생각했었어.
10년분의 되돌림을, 정말 무의미하게 해 버리자고 생각했어.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이나 재해, 위기나 변혁도
대체로 머리에 들어있었지만,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어.
어쨋든, 철저하게 첫번째 인생을 모방하자고 했었던 거야.




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43:04.62 ID:oIV6bjxg0
두 번재 인생은, 딱 열살의 크리스마스에서 시작됐어.
 
내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베게맡에 놓여져있던,
수퍼패미콘이 들어가있는 종이봉투의 덕이었어.
당시엔 그게 갖고싶어서 안달나있었거든.
 
종이봉투 안에는, 게임소프트도 함께 들어있었어.
그 게임의 광고 멘트를 빌리자면, 내 인생은,
"강하고 새로운 게임"에 해당되겠지.
 
결로가 낀 창을 파자마소매로 문지르고 밖을 보니,
아직 어렴풋이 어두운, 눈으로 덮힌 거리가 한번에 보였어.
꽤 추울 터였지만, 어린애의 몸은 따뜻했어.




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45:42.87 ID:oIV6bjxg0
내가 종이봉지를 부시럭부시럭 댄 탓에,
2층 침대의 밑에서 자고있던 여동생이, 눈을 떳어.
여동생은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베게 맡의 테디베어를 바라보고,
조금 늦게, "와아-"라고 탄성을 질렀어.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여동생의 침대에 걸터 앉아,
테디베어에 정신없는 여동생에게, "있잖아"라고 말을 걸었어.
 
"오빠는, 10년 뒤의 세상에서 돌아 왔어"
 
여동생은 잠에서 덜깬 모양으로, "잘 다녀왔어?"라며 웃었어.
나는 뭔가 그게 맘에 들어서,
"다녀왔어"라고 말하고 여동생의 머릴 만져줬어.
여동생은 이상하다는 듯 내 얼굴을 바라봤어.




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52:27.68 ID:oIV6bjxg0
나는 내가 생각한 최고의 생갈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눈 앞에 있는 7살의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어.
 
"지금의 나는, 이제부터 내가 범할 잘못이라든지,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을, 알고있어.
지금 부터라면, 신동이라도, 예언자라도 될 수 있어.
 
그렇지만, 나는 뭐 하나 바꿀 생각이 없어.
전과 똑같은 익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거만으로 충분하니까"
 
테디베어를 안은 여동생은,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곤,
"잘 모르겠어"라고 솔직한 대답을 했어.




1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2:56:03.68 ID:oIV6bjxg0
저번 인생의 재현과 관련해서, 나는 나는 타협하지 않았어.
 
주변의 녀석들을 바보취급 하고싶어지는 것을 참고, 참아서,
일부러 첫번째 인생과 똑같은 사고를 일으키는 일까지 했어.
뭘 하던지간에, 적당히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었어.
 
스스로지만서도, 나는 뭘 하던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비의 날개짓 한번 정도의 차이로,
인생이란 녀석은, 꽤나 변해버리는 것 같아.
 
두번째 인생에 들어와서 5년이나 지났을 쯤에는, 내 인생은,
첫번째 인생의 그것과는, 큰 차이로 변해있었어.




1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01:05.84 ID:oIV6bjxg0
무엇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하나부터 열까지 변해버리고 말았어.
 
한 마디로 말하면, 나는, 망해버렸다.
첫 번째 인생으로 부터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예를 들자면,
첫번째 인생에서 친구였던 인물에게 괴롭힘을 당하든지,
첫번째 인생에서 여자친구 였던 아이에게 차이거나,
첫번째 인생에서 다니고 있던 고등학교의 수험에 실패하거나.

기적적인 악순환이 생겨버린거야.



1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05:14.62 ID:oIV6bjxg0
이렇게저렇게, 고등학생이 될 쯤에는,
나는 완전히 어두운 인간이 되어버려있었어.
 
지망학교에 떨어지고, 제대로 되지 않은 고교에 들어가,
싹트고 있던 인간혐오를 갈고 닦으면서.
그림에 나오는 듯한 고독한 인간이 되어버렸어.
 
그러니까 두번째 인생의 고등학교시절의 추억이라고 하는건,
거의 없어. 졸업 앨범도 버려버렸어.
외로웠던거야. 수학여행마저 고통이었으니까.




1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10:47.95 ID:oIV6bjxg0
그렇지만, 한가지, 나쁘지않은 추억이 있어.
 
고등학교 2학년의 겨울, 엄청난 눈보라가 치는 날이었지,
나는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 때, 나랑 문득, 조금 떨어진 장소에
나랑 똑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애가,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이란 것을 알아차렸어.
 
아니, 잊을리가 없었어.
그거야 첫번째 인생에서는 내 여자친구였던 아이였어.
15살에 사귀기 시작해서부터는, 계속 옆에 있었어.
 
그것이, 두번째 인생에서는, 시원하게 고백을 거절당해서 말야.
생각해보면, 악순환의 시작은 그  것이었단 느낌도 들어.



1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16:14.33 ID:oIV6bjxg0
상대방은, 나를 알아채지 못한 듯이 보였어.
그렇지 않다고해도, 내 존재 따위,
진작에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내 눈에는, 추위에 떨고있는 그녀가,
뭔가 외로워 보여서――옆에 누군가,
따뜻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였었어.
 
이야, 정말로 자신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되는 상상이야.
그렇제만, 나는 행복했어, 그럴것이,
나를 필요로 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저 애한테는 역시 내가 필요해라고,
행복한 착각을 할 수 있었어.




1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20:47.12 ID:oIV6bjxg0
살아갈 기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나였지만,
이전의 행복한 날들을 되찾고싶어서,
그녀랑 같은 대학에 가기위해서 맹렬히 공부했었어.
 
덕분에 내 성적은 마지막까지 올라서,
첫번째 인생에서 다녔던 대학에, 무사합격 할 수 있었어.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어 그건. 기적같았거든.
 
거기 까진 좋았어. 거기까진 정말로 좋았었어.
 
입학식이 끝나고, 나는 그녀를 찾아다니다,
마침내 찾아내긴 했는데,
오히려, 거기서부터가 문제였어.




1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24:56.03 ID:oIV6bjxg0
체온이 3도 정도 내려간 기분이 들었었어.
 
예전 내 여자친구가, 모르는 남자와 팔장을 끼고 걷고있어.
그 것만이라면, 아직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 남자라는 것이,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보든,
첫 번째 인생의 나랑 똑같이 생기면, 역시 이야기가 달라져.
 
내 예전 여자친구의 옆을 걷고있는 남자는,
키, 모습, 몸짓, 목소리, 화법, 표정,
어디를 봐도, 첫번째 인생의 나와 똑같았어.
 
도플갱어, 라는 말이 내 머리에 떠올랐어.




2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30:28.30 ID:oIV6bjxg0
두 번째 인생의 나는, 첫 번째 인생의 나와 비교하면,
신장은 4cm작았고, 체중은 10kg가볍고,
비교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어.
 
만약에 첫 번째 인생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었다면, 분명,
눈 앞에 있는 그 남자 처럼 돼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그녀와 사귈 수 없었 던 거야.
두 번째 인생에선, 내 대역이 있었으니까.




2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34:49.64 ID:GNyV2yDS0
뭔가 읽기 쉽다.




2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36:22.31 ID:VoAsN12l0
좋은 쓰레의 예감




3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36:42.95 ID:oIV6bjxg0
누군가에 대해서 적의를 품었던 건, 오랜만이었어.
 
"어이, 이건 아니잖아, 그건 내 역할이라고 !"라고,
미친 것처럼 머릿 속에서 계속 외치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로부터 몇 개월은 정말로 놀랄 일 뿐이었어.
뭣보다, 이전의 내가 했던 대학생활을,
내 분신이 하나하나 정확히 재현해 보였으니까.
 
그렇긴해도, 객관적으로 보는 걸로, 새삼,
첫 번째 인생의 나는 행복했었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런 주제에 누군가 싫어할 점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3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40:57.87 ID:oIV6bjxg0
가을무렵이 되서, 내 머리 속의 무언가가 고장났어.
 
그 무렵에는, 나는 거의 히키코모리가 돼서,
거의 대학교도 가지 않은채, 하루종일 싸구려 술을 마시며,
제대로 식사도 하지않고, 자기만 했었어.
 
이대로라면 미칠거라고 생각했어.
뭘 하던간에, 예의 도플갱어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버렸어.
 
그렇게되니,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 마저,
갑자기 견딜 수 없게 돼버렸어. 




3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45:07.18 ID:oIV6bjxg0
이상한 데에서, 나는 냉정했던거야.
지금의 내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서,
분신에게 이길리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도저히 정상적 사태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
 
즉, 나는, 내 대역을 맡고있는 그 남자를,
죽여버리자고 생각했어.
 
그렇게하면 그 아이도, 다시 외로워져서,
내 쪽으로 돌아오는게 아닐까? 라고.
 
이야-, 궁지에 몰린 인간이란 건,
정말로 제대로된 걸 생각하지 못해. 시야가 좁아서.



3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52:36.82 ID:oIV6bjxg0
그렇게해서, 내 여자친구탈환작전이 시작됐어.
다른 말로 하자면, 도플갱어살해계획.
 
이후, 나는 정기적으로 그 남자를 미행하게 됐지만
그 덕분에 히키코모리가 나았어.
아이러니하게도, 살해계획을 세우고 부터,
잠시 내 성격은 매우 밝게 됀거야.
 
여동생에게 지적받아서, 나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그래, 완전히 여동생의 이야기를 잊고있었다.
나에게 필적할 정도로 변화가 생긴 여동생의 이야기




3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8(木) 23:58:10.82 ID:oIV6bjxg0
본래, 내 여동생은, 운동과 태양을 사랑해서,
연중내내 건강하게 피부가 타있는, 활발한 여자애였어.
 
그런데 두 번째 인생에 있어서는, 내 영향을 받은걸까,
독서와 그늘을 좋아하는, 하얀 안경을 낀 아이가 됐어.
 
첫 번째 인생을 아는 사람이 보면, 뭔가 거짓말 같아.
 
남매가 함께 어두운 인간이 돼서, 집은 매일 밤 밤을 새는게 인생이었어.
부모님도 자기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진건가, 조금 싫은 인간이 되어있었어.
이야-, 사람 한사람이 가진 영향력이란건, 가볍게 볼 수 없구나.




3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03:30.44 ID:oIV6bjxg0
이전에 나와 여동생은, 주변이 질릴정도로 사이가 좋아서,
나한테 여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진, 어디에 가던지 함께였어.
 
그렇지만 두번쨰 인생에서는,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눈 조차 마주치려고 하지않았어, 서로.
 
여동생은 나를 싫어하던게 아닐까나...
그럴것이, 가끔씩 말을 할때면,
그건 대체로, 나에 대한 불만이었으니까.
"눈매가 안좋아"라든지, 다른 사람한테 할말은 아니잖아.
 
이야-, 정말로 슬픈 일이었어 그건.
딸에게 미움받는 아버지란건, 이런 기분이 아닐까?



 
 
3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09:19.30 ID:oIV6bjxg0
그런데, 내가 도플갱어살해계획을 세우고,
희희낙낙하며 살해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밤, 그 여동생이,
혼자서 내 아파트에 찾아왔었어.
 
나를 엄청 싫어하는게 분명한 여동생이 말이야.
 
마침, 첫눈이 관측된 날의 일이었어.
너무 추웠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히터를 켜서,
그리운 느낌이 드는 등유 냄새가 방에 가득찬,
그때, 방의 초인종이 울렸었어.
 
교복에 가디건을 겹쳐입었을 뿐인 모습의 여동생은,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내 눈을 보지않은 채로 말했어.
"잠시동안, 여기서 잘 수 있게 해줘"




4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14:26.01 ID:oIV6bjxg0
본인은 그런식으로 말해지길 원하지 않았지만,
여동생이 하고있던 일은, 흔히 말하는 "가출"이었어.
 
답지 않은 짓 하지마, 라고 나는 생각했어.
만약에 집에 불만이 있어도, 가출같은
의미없는 행동을 하는 녀석이라곤 생각되지 않았기도했고.
 
"어떻게해서 여기까지 온거야?"라고 내가 물으니,
여동생은"어찌 됐든 괜찮잖아?"라고 모방답변을 했어.
000
"더러운 방이네"라고 여동생이 말했다. "취향도 별로고"
"별로면 나가"라고 나도 모방답변을 했어.
 
첫 번째 인생의 여동생이었다면, 쓴 웃음 지으며 청소를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줬을테지만.




4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19:50.27 ID:oIV6bjxg0 
여동생도, 내가 있는 곳에 오고싶진 않았을 터 였을꺼야.
친구가 적은 여동생에겐, 달리 갈 곳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여기로 가출한 거겠지.
 
아직 겨울방학도 시작하지 않았을터이고,
그렇게 길게는 머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빨리 나가 주지 않으려나?, 라고 나는 생각했어.
 
그렇지만 여동생에게 강요할 용기도 없었어.
두 번째 인생의 나는 완전히 겁쟁이인거야.
그리고 두번째 인생의 여동생은 조금 무서웠어.
 
이리하여, 외줄타기 같은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됐어.




4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46:29.47 ID:DKZW9IOqO
뭔가 말하는 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오르게해.



4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00:50:53.18 ID:oIV6bjxg0
>>43 
그렇습니까, 까놓고 말해 홀든이에요.
(주 : 체이싱 홀든, 호밀밭의 파수꾼을 모티브로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5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15:07:17.52 ID:tPgKXNuwO
재미있네, 입원중에 좋은 자극이얔ㅋ




6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0:09:48.94 ID:oIV6bjxg0
다음 날 아침 8시 정도에, 여동생은 나를 흔들어 깨웠어.
깜짝 놀러서 완전히 잠이 깨 버린 내게,
여동생은 "이 동네 도서관에 데려다줘"라고 말했어.
그리고 잠시 간격을 두고, "지금 바로"라고 덧붙였어.
 
두 번쨰 인생에 들어와서는, 내 수면시간은 격증해서,
열시간은 자지않으면 힘든 체질이 되어버려있었어.
아마, 일어나 있는 시간이 고통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상대가 가출소녀건 등교거부어린이건,
여자아이가 깨워준다는 건, 나쁜 기분은 아니었었어.
그런 건, 뭔가 엄청 인간적이었거든.




6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0:21:16.55 ID:oIV6bjxg0
차에 탄 여동생이 제일 먼저 꺼낸말이, "담배냄새나"였어.
그리고 뒷 좌석을 보고, "더러워"라고 말했어.
"주인의 성격이 잘 나타나있네"라는 거. 그건 대단해.
 
하늘은 구름이 껴있고, 주변은 엷은 안개가 퍼져있었어.
도서관을 향하는 중에도 여동생은 불만을 토하면서,
맘대로 빌려 입은 내 코트가 담배냄새난다든지,
뭔가 음악은 켜지않는거야?든가, 제멋대로 아무말이나 내뱉었어.
 
계속 무시했더니, 티슈곽으로 날 때렸어.
"사람 말은 제대로 들으라고"라고 했어. 정말이지..
덧붙여서 도서관에선, 책을 고르는데 시간을 들이는 여동생에게
"아직이냐?"라고 물었더니, "시끄러워"라며 책으로 맞았어.
두 번째 인생의 여동생이란 건, 이런 느낌이었어.




6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0:30:59.57 ID:oIV6bjxg0
여동생은, 내 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지낸 것 같아.
내가 집을 나가려고 하자, 여동생을 얼굴을 들고,
"오빠, 학교가는거야?"라고 물었어.
 
"살해 하고싶은 상대의 생활 패턴을 알고 싶으니까,
 스토킹하러가"라고 말할 수 있을리 없으니까,
나는 "응, 학교가. 7시엔 돌아올꺼야"라고 대답해뒀어.
 
올해 안으로, 이 문제에 결착을 짓고 싶었었어.
도플갱어와 예전여자친구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거나,
신년을 맞이한다던지 하는 일따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6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0:38:33.01 ID:oIV6bjxg0
이 때쯤엔, 살해방법은 이미 정해져있었고,
도플갱어의 행동양식도 대체로 파악해서,
사실을 말하자면, 진작 행동에 옮겨도 좋은 상황이었었어.
 
그렇지만 내가 빈둥빈둥 미행을 계속했던 건,
아마, 결심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즉, 나는, 그가 결점으로 바래지는 걸 기다리고 있던걸꺼야.
나는, 그가 죽어야만 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었어.
죽여도 되는 이유가, 정말 조금이라도 필요했던거야.
 
곤란하게도, 몇개월에 걸쳐서 결점을 계속 찾아도,
그는 단점이라 할만한 단점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었어.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내 쪽이 죽어야만 하는 인간이겠지.




6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0:45:07.83 ID:oIV6bjxg0
여동생과 도서관에 갔다 온 날 빌린 책에 의하면,
도플갱어에게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는 것 같아.
 
・주위의 인간과 대화하지 않는다. 
・진짜와 관련 있는 장소에 출현한다. 
・도플갱어와 만난 진짜는 죽어버리고,
  도플갱어가 오리지날이 돼버린다.
 
조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만, 이 특징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전부, 내쪽에 해당되는 말이네

친구가 없는 나는 거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지않고,
같은 대학에 다니는 우리들은 출현장소가 닮아있는 데다가,
죽는다고 하면 그 남자 쪽이고(내가 죽일테니까),
저쪽이 외모도, 내면도 첫 번째 인생의 나와 가깝다.
 
이래서는 마치, 내가 가짜같지 않은가...



6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1:57:05.56 ID:oIV6bjxg0
친구가 없다고 하니, 첫 번재 인생의 나는,
사이 좋고 상담할 수 있는 정도의 상대는, 대학교 안에,
적게 계산을 해봐도 이백명은 있었어.
 
당시의 나는, 그 녀석들이 모두, 안 좋은 면이 있긴 하지만,
이것 저것 좋은 점을 가진 녀석들로 보였었지만,
지금이 되어서 좀 떨어진 장소에서 보고있으면,
이 녀석 저 녀석 할 것없이, 제대로 돼먹지 못 한 것처럼 보였어.
 
자신과 관계가 있는 인간이 좋은 녀석으로 보이고,
관계 없는 인간이 싫은 녀석으로 보이는 건 당연하다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 나는 위로 받았거든.
 
아아, 적어도, 첫 번쨰 인생의 나는, 모든 일에
축복 받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말야.
 
비참한 이야기지? 그런 것에 기쁨을 느낀다니.




7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2:08:42.41 ID:oIV6bjxg0
예전 친구들이, 첫 번쨰 인생과는 다른 얼굴을
나에게 보이는 건, 꽤나 흥미가 깊은 일이었어.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녀셕이 이기심으로 똘똘뭉쳐있다든지,
겸허하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자기과시욕으로 똘똘뭉쳐 있어서말야.
 
그렇지만, 이건 내 억측인데, 첫 번째 인생에 있어서,
내가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던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7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2:19:58.26 ID:oIV6bjxg0
사람이란 건, 극단적으로 뛰어난 인물 앞에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녀석의 영향을 받아버려서,
일시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첫 번째 인생의 나를 앞에 하고 있을 때로 한정한다면,
아마도 그들은,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말야.
반대로, 지금의 나 따위의 앞에 있으면,
어깨에 힘이 빠져서, 안심하고 쓰레기가 되버리는 거지.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거냐고 하면,
상대가 싫은 인간이라고 느끼면, 그 시점에서,
적지 않게 이 쪽에도 책임이 있단 거지.




7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2:31:56.64 ID:oIV6bjxg0
단지, 아무리 나와 관계가 없어진다 해도,
정말 쥐톨만큼도 매력이 줄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점점 매력을 더해가는 것 같은 인간도 있었어.
뭐, 물론, 예전 여자친구의 이야기지만 말야.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일 수록 가지고 싶어진다, 라는 말도 있지만,
두 번째 인생의 나는, 자칫 첫 번째 인생의 나보다,
진작에 그녀를 좋아하게 돼있었던 것 처럼 생각해.
응, 숭배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어.
 
지금이야말로, 지금이야말로 인생을 다시 고쳐쓸 찬스를 줘,
그렇게 나는 생각했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해줄테니까, 보여줄 테니까말야.
 
나는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고, 그 날밤도 빌었어.
잠에서 깨면 세 번재 인생이 시작해 있기를...




7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2:50:05.67 ID:oIV6bjxg0
어쨋든, 여동생이 가출하고 나서, 닷 새가 경과했어.
 
역시나 슬슬 방해가 되어서,
용기를 내서, "언제 쯤 돌아갈꺼야?"라고 물어보니,
"오빠가 돌아가"라고 맞받아쳤어. 내가 미안해.
 
딱, 그 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해서,
여동생이 거기 가있지않니?라고 물어서,
닷 새 전부터 눌러앉아 있는 걸 솔직히 얘기해줬어.
 
그 일을 여동생에게 전해주니, 그녀는 "그래?"라고만 말하곤,
잠시 가만히 있으니, 짐을 정성스레 싸기 시작했어.
이런 데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상황파악이 좋아.




7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2:57:00.94 ID:oIV6bjxg0
버스터미널까지는 배웅하기로 했어.
눈이 꽤나 심하게 와서, 가로등도 별로 없는 길을,
여동생 혼자 가게 두기엔 걱정이 됐었으니까.
 
옆이라고 해도 좋을까말까한 정도의
절묘한 거리를 둔채로 걷는 우리들은,
변함없이,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었어.
첫 번째 인생이었다면, 손을 잡고 걷고 있을 장면인데 말야.
 
여동생은, 날 원망하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어.
뭐, 진작에 미움 받고있었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야.
게다가, 지금부터 사람을 한명 죽이려고 하는 인간이,
누구에게 어떻게 생각될까, 하나하나 신경쓴다면, 끝이없어.



7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03:49.33 ID:oIV6bjxg0
버스터미널의 건물은 노후화돼서,
벽이나 바닥은 여기저기 여기저기 검댕이가 있고, 형광등은 노래져서,
의자의 쿠션은 찢어져서 스펀지가 튀어나오고,
매점에는 약간 더러워진 셔터가 내려와 있었어.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도 몇명 뿐이어서, 어두운 분위기였어.
너무나도 음허한 느낌이 들어서, 마치 여기 있는 모두가,
가출한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같은 느낌.
 
"더러운 곳"이라고 여동생이 말했어, "오빠 방같아"
"정취가 있어"라고 난 내 방을 감쌌어.




8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14:55.55 ID:oIV6bjxg0
나랑 여동생은, 40cm정도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종이컵자판기 코코아를 마시면서 버스를 기다렸어.
 
심각한 장소였어, 여기서 버스를 타면,
쇼와시대나 다이쇼시대에 끌려가버리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뭐, 정말로 그랬다면, 나는 자진해서 탔겠지만말야.
 
내가 코코아를 다 마시고 나니, 여동생은"응"이라고하며 손을 내밀곤,
내 컵을 자기 컵에 겹쳐, 버리러 갔어.
뚜벅뚜벅 걷는 동생의 등을, 나는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어.
 
첫 번째 인생의 여동생과 비교하면, 꽤나 의지가 안되는 느낌이 들었어.



 
 
8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22:12.87 ID:oIV6bjxg0
갑자기 나는, 여동생에게,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여동생이 가출한 16살의 여자애라는 걸,
나는, 제대로 배려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머니께 거짓말을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그것보다 이 애는, 가출 따윌 할 애가 아니었어.
꽤나 생각이 있어서, 내가 있는 곳에 왔던 거겠지.
 
적어도 본인이 만족할 때 까지의 시간정도는,
덮어두고 주는 편이 나았지는 않았을까?



8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33:45.66 ID:oIV6bjxg0
여동생이 버스에 타기 직전, "있잖아"라고 나는 말했어.
"또 가출하고 싶어지면, 와도 좋아"
 
겨우 이런 대사라도, 말하는데 꽤나 용기가 필요했어.
두 번째 인생의 나는, 가족에게 까지 겁쟁이였으니까.
 
돌아본 여동생은, 왠일로 눈을 크게 뜨고,
잠시 동안 가만히 서서 내 얼굴을 보고,
"그렇게할께"라고 말하곤 웃으며, 버스에 탔어.
 
버스가 가버리고, 나는 대합실에 돌아가,
귀가 길을 향하며, 다시 코코아로 몸을 녹였어.
여동생의 미소를 보고, 쓸데없이 마음이 놓인 내가 있었어.




8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37:20.49 ID:UO/D64dt0
뭐일까, 웃어줬을 뿐인데 여동생이 귀여워




8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44:28.71 ID:oIV6bjxg0
여동생은 내 말에 기댄 듯이,
사흘 후, 또 내 방에 방문했어.
 
집에 있을 때에 여동생이 하는 일을 말하면,
일방적으로 내 험담을 늘어논 후,
"오빠는 글러먹었네--"라고 말하는 것이었어.
 
그리곤 내 저녁밥을 맛있단 듯이 먹고,
내 침대를 점령하고 새근새근 잤어.
 
다음 날, 아버지가 데리러 와서, 여동생을 끌고 돌아갔어.
이대로라면, 또 금방 돌아오겠지.
뭐가 이 애를 이렇게까지 하게 하는 걸까?




8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19(金) 23:56:07.72 ID:1lzDpgtC0
뭔가 인간냄새 나는 부분이 엄청 공감돼




8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00:14:06.17 ID:z9P33ux30
빠져들어
재미있네-




9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6:36:35.08 ID:oIV6bjxg0
그런데, 두 번재 인생의 내가, 옹호해줄 방법이 없을 정도로
명백히 첫 번째 인생의 나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부분적으로는, 뛰어난 부분도 있었어.
그럴것이, 그렇지라도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걸.
 
두 번째 인생의 나는, 첫 번째 인생의 나와 비교하면,
백배정도 책을 읽은 인간이었어.
그건 물론, 고독을 지우기위해서,
도서실에 다녔던게 원인이지만 말야.
 
그리고, 지금부터 할 이야기에 일어난 일에 있어서,
그 취미가 그런대로 도움이 됐었어.



9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6:44:08.20 ID:oIV6bjxg0
예전의 나는, 여자친구에 대한 걸, 완전히 알고 있단 생각을 했었어.
5년 간, 계속 함께하고, 실로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 했으니까.
그런데 말야, 의외로, 내가 모르는 면도 존재했던 모양이야.
 
그 날도 나는, 여동생에게 밟혀서 잠이 깻었어.
"도서관에 책 반납할꺼니까"라고 여동생이 말했어. "시민의 의무니까"
뭐, 오후4시에 푹 자고 있는 나도 나쁘지만 말야.
 
도서관에 도착하니, 여동생은 책다발을 안고 걸어 가버렸어.
주변은 벌써 조금 어두워져있어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9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6:52:29.83 ID:oIV6bjxg0
나는 주차장의 구석에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어.
거기는 자재창고차럼 돼있어서, 이런 저런게 정신없이 놓여져 있었어.
녹이 슬은 자전거라든지, 공이라든지, 책장, 그런 것들.
잡동사니 중에, 실외기만이 괴롭단 듯이 숨을 뿜어내고 있었어.
 
나는 책장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
왜인지 거기에는, 제대로된 재떨이가 있었으니까.
두 번째인생의 나는, 이런 외로워 보이는 장소에 오면,
마음이 안정되는 인간이 되어있었어.
 
팟-하고 보니, 이 쪽을 향해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어.
어쩌면 나랑 같은 용무인 듯, 손에는 담배를 가지고 있고,
----그래, 그건 내 예전 여자친구 였던 거야.




10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7:04:10.70 ID:oIV6bjxg0
내 예전 여자친구는 매우 예의가 바른 아이었으니까 말야,
곤란하단 얼굴을 하면서도, 나한테 인사를 했어.
상대가 누구건 간에, 미소로 인사를 해주는 애란 말야.
 
나도 똑같이 미소로 인사에 대한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내심, 평정을 잃고 있었어.
그녀가 흡연자라는 걸, 나는 몰랐던 데다가,
이 도서관의 이용자라는 것도 몰랐었거든.
 
그렇게나 이야기할 기회를 갖고 싶어했으면서,
그렇게 되니, 아무 말도 나오질 않는거야.
뭔가 말하지 않으면, 이라고 초조해할 뿐이고 말야.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어가서 멈춰 세우자, 라고.




10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7:12:37.38 ID:oIV6bjxg0
"책, 빌리러온거야?"라고 그녀가 내게 물었어.
"내가 아니라, 여동생이"라고 나는 솔직히 대답했어.
"그래? 여동생인가.......너는 책, 안 안읽는 거야?"
 
"그런대로"라고 대답하니, 예전 여자친구는 기쁜 듯한 얼굴을 했어.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이 적었던 것이겠지.
그로부터 우리는 10분 정도, 책 이야기를 했었어.
 
딱히 사랑이 담긴 이야기도 아냐. 별 의미도 없는 대화.
첫 번째 인생의 나였다면, 2초만에 잊어버릴 만한 대화.
 
그렇지만 말야, 단지 그 것만으로, 나는,
기쁨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어.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진다면 좋겠어라고 빌었었어.




10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7:21:55.14 ID:oIV6bjxg0
"담배, 피우네? 의외야"라고 내가 말하니,
내 예전 여자친구는, 곤란한 듯한 얼굴로 웃었어.
"남자친구한테도 비밀로 하고있어. 지금 시점에선, 너 밖에 몰라"
 
나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어.
"너 밖에 몰라". 정말로 기분좋은 울림이야.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그녀는 돌아갔어.
난 잠시동안, 그녀와의 대화의 여운에 잠겨있었어.
멈추지않는 몸의 떨림은 추위 때문 인걸까,
흥분에 의한 것일까는, 알 수 없었어.
이런일로 기뻐할 수 있더니, 환경보호의 극에 달했네.
 
게다가, 이 때에 나는 아직, 내가 하고 있는
치명적인 착각을 알아차리지 못했었어.




10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7:28:23.13 ID:oIV6bjxg0
여동생은 진작에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돌아오니,
"5분 지각"이라며 머리를 5회 때렸어.
1시간 지각하면 엄청난 일이 되버렸을 꺼라고 생각해.
 
도서관을 나와서 잠시지나, 여동생이 말했어.
"오빠, 방금 그 여자, 사이 좋아?"
 
"아니, 나랑 이야기만 할 정도, 저 아이가 착할 뿐이야"
"후음, 그럼, 나도 착하네. 오빠랑 이야기해주니까"
"아니지. 우린 그냥 사이가 좋은거야"
"어어? 그런거야?"라고 여동생은 혼란스러운 듯이 말했어.




10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8:04:05.46 ID:oIV6bjxg0
거리의 가루수나 가게 앞에 일루미네이션이 장식돼고,
가는 곳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흐르고,
역 앞에는 거대한 나무가 설치 되어,
슬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어.
 
여동생은 네 번째 가출부터 별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역에 있는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
여기서라면, 광장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역 앞의 광장은, 내 예전 여자친구가,
만남장소로 잘 이용하던 장소였어.
나는 거기서, 그들이 만나는 걸 감시하고 있었어.
 
이 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야.




11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8:17:52.71 ID:oIV6bjxg0
말하는 걸 까먹었는데, 내 생일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야.
 
그래서 내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겹치는건
싫어라는 말로, 일주일 전에 축하하자고 했었어.
 
도플갱어도 나와 생일이 똑같은 듯,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서 여자친구와 만난 그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고 있었어.
 
이런 입장이 아니면, 미소가 지어질 장면이었지만,
나는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머릴 감싸쥐고 있었어.




11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8:26:39.97 ID:oIV6bjxg0
그래서말야, 슬쩍 옆을 보니, 이상한거야,
나랑 완전히 똑같이 머리를 감싸쥔 사람이 있었어.
 
그녀석을 잘 보니, 모르는 얼굴은 아니었어.
라고 할 것이, 그 아이는 초중고 같은 학교를 다녔고,
게다가 대학의 학부까지 똑같은 애였으니까,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도, 외울 수 밖에 없었어.
 
그렇지만, 그다지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어.
그럴 것이, 저쪽도 나하곤 이야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엄청나게 말 걸기 어려운 타입의 애였거든.
 
그녀의 시선은, 나와 똑같이, 역 광장을 향해 있었어.
그거야, 여기 있다면, 그 밖에 볼 곳도 없지만 말야,
그녀를 보고있는 사이에, 내 안에 무언가가 걸렸어.




11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8:39:16.67 ID:oIV6bjxg0
사람은 말야,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말버릇이라든지 몸짓이라든지가 전염돼잖아?
 
그러니까, 첫 번째 인생에 있어서, 나와 여자친구의 사이에는,
이런저런 공통된 "버릇"이 있었어.
 
그 때에 옆에 잇던 여자애가 하고 있던,
왼손으로 머리 뒷편의 머리카락을 쓸데없이 만지는 몸짓은,
우연히도, 내가 여자친구에게 옮은 버릇의 하나였어.
 
뭔가, 엄청 그리운 느낌이 들었어.




11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8:59:52.07 ID:oIV6bjxg0
그녀가 머리를 들었을때, 눈이 마주쳣어.
그 일순간으로, 어떻게그랬을까, 나는 그녀에 관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버렸어.
 
 
그 첫 번째. 그녀는 내 대역을 사랑하고 있다.
끝없이 닮은 듯한 감정을 안고있으면,
눈을 본 것만으로, 알 수 있는 거야.
 
 
그 두 번째. 그녀는 내 예전 여자친구를 질투하고 있다.
확실히, 자기 감정을 주고있는 사람과
저렇게까지 친밀하다면, 그렇게 되지.
 
 
그 세 번째, 그녀에겐 "첫 번째 인생"의 기억이 있다.



 
 
11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9:10:35.94 ID:oIV6bjxg0
뭐라고 해야할까, "다시 고쳐가는데 있어서 실패"의
스페셜리스트인 내가 말하자면,
2번째 인생에서 실패한 인간에겐 특유의 감정이 있어.
옆에 있는 여자애로부터, 나는 그걸 느낀거야.
 
그래서 말야----이 것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설명 해둬야만 했지만 말야,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가진 첫 번째 인생의 기억에는,
몇 개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어.




11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9:18:14.75 ID:oIV6bjxg0
그건, "기억해 내는 법에 제한이 걸려 있다"는 것.
나는 이런 특징의 인간과 이런 관계가 있어,
같은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실제의 이름, 얼굴, 목소리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아무리 생각해 내려고해도 떠오르질 않았었어.
 
"표정이 풍부해"라든지"얼굴이 타서 까만편이야"라든지,
"어른스러워보이는 이름"이라든지"눈매가 나빠"라든지,
그런 분위기는 같은 건 기억나는데, 말이야.
 
하지만, 두 번째 인생의 나는, 그 점을 가볍게 보고 있었어.
첫 번째 인생의 재현을 할 뿐인 두 번째 인생에 있어서는,
기억의 제한이 있어도, 그다지 지장이 없을 것 같이 보였으니까말야.
게다가, 기억이란 건, 많든적든,
처음부터 그런 불확실한 성질이 있는 거니까.




12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0(土) 19:25:47.34 ID:oIV6bjxg0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이미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이상의 정보를 정리하면,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옆에 있는 여자애는, 내 예전 여자친구가,
인생을 다시고쳐가는 데 "실패"한 모습인거야.
 
그래. 자리를 빼앗긴 건, 나 뿐만이 아니었어.
내가 중학교 시절에 고백한 건 엉뚱한 상대고,
살인을 범해서까지 되돌리려고 한 여자친구는 사람을 착각한거고,
내가 언제나 그늘에서 보고 있던 두 사람은, 둘다 대역이었던거야.
 
 
그리고 내 진짜 여자친구는, 언제나 옆에 있었던 거야.




14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0:22:20.49 ID:oIV6bjxg0
예전 여자친구가 나와 똑같은 상황에 있고,
똑같은 고뇌를 안고 있단 걸 알았을 때,
그렇지만말야, 나는 기쁘진 않았어.
이야, 오히려 절망이 깊어졌다고 해도 좋아.
 
 
왜인지 말하면 말야, 만약에 옆에 있는 저 아이가,
내 진짜 여자친구라고 해도 말야,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건,
보다 첫 번째 인생의 여자친에 가까운, "가짜"쪽이니까.
 
 
내가 신경쓰는 건 "오리지날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첫 번째 인생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느냐 아니냐"이었어.
변해버린 진짜에겐, 이미 흥미같은 건 없었어.




14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0:34:36.70 ID:oIV6bjxg0
게다가, 착각도 10년 계속되면, 그건 이미
본인에게 있어선 수정할 방법이 없는 사실인거야.
 
그리고, 내가 원하는"가짜"아이가, 진작부터 나와는
새빨간 타인이란 걸 알고는, 나는 실망했어.
이렇게 되면, 그녀와 내가 묶일 근거는, 전혀 없잖아?
내가 믿어 왔던 붉은 실은, 광장에 있는 그녀가 아니라,
옆에 머리를 감싸 쥐고있는 여자애랑 연결 되있을 뿐이었어.
 
 
그러나, 보면 볼수록, 진짜 예전여자친구는,
나와 닮은 듯한 변화를 겪은 듯 해서, 놀랐었어.
두 번째 인생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었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어.




14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0:44:49.87 ID:oIV6bjxg0
그런 연유로, 운명의 재회로는 연결되지 않았어.
 
외로워 보이는 눈으로 광장을 바라보는 진짜 예전 여자친구는,
옆에 누군가, 따뜻한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는 듯이 보였어.
응, 이번 만큼은, 착각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고, 가게를 나왔어.
내가 필요로 하고 있는 게 그녀가 아닌 것 처럼,
그녀가 필요로 하고 있는 것도, 내 대역 쪽이었으니까 말야.



14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0:58:45.16 ID:oIV6bjxg0
나는 거리를 목적지도 없이 걸었어.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어.
여기저기 구석구석까지 크리스마스분위기로 공허했지만,
철저히 그런 기분에 잠기고 싶은 기분도 있었어.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일이 멍청해보였어.
원래부터 나는, 저 대역을 죽일 생각이 있었지만,
정말로 그런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던 걸까?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 일에 성공한다고 쳐도,
그 상대의 아이는, 지금의 나를 좋아해줄거라고,
정말로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그랬다면, 정신이 이상했던 거겠지.




15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1:02:38.45 ID:oIV6bjxg0
그런 연유로, 나는 도플갱어의
살해계획을 포기했었지만 말야,
염원이라는 건, 열받을 정도로,
바라는 걸 그만 둘 쯤에 이뤄지는 거더라.




15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1:07:59.95 ID:cfy7UGur0
뭐......라고?




15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1:12:02.59 ID:32fOe/5d0
이건 또 급전개 ! !




15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1:50:20.71 ID:oIV6bjxg0
나는 머릿속을 비우고 싶었었어.
지금까지 이상으로, 이런저런 일을 잊고싶었어.
미행할 필요도 없어져서, 시간도 남아 돌았어.
그래서, 눈에 들어온 단기 아르바이트에,
응모하기로 했어.
 
매일밤 늦게 녹초가 되어서 집에 돌아오면 나를 보고,
다섯 번째 가출을 한 여동생이,
"오빠, 여자친구 생긴거야?"라고 물어왔어.
지금 가장 듣고싶지 않은 말이었어, 정말이지.
 
그래서 말야, 어자피 예정도 없으니까,
연말까지 아르바이트를 채워놓은 나였지만,
제대로 내용의 설명도 읽어놓지 않은 탓에,
크리스마스 당일에, 연인들이 모이는 백화점에서,
추첨회계를 하게 돼 버렸던 거야.




15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06:06.26 ID:oIV6bjxg0
들뜨지 않는 기분으로 현장에 집합하니, 이것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하러와있었어.
 
그래, 진짜인 쪽의, 나의 예전 여자친구말야.
응, 정말로 불편한 느낌이었어.
하는 짓도, 생각하는 것도 똑같으니까, 우리들은.
 
저쪽은 내 얼굴을 보곤, 가볍게 머리를 숙였어.
나도 똑같이 답해줬지만, 이 상황을 보면, 변함없이,
그녀는 내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처럼 보였어.
 
우리들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 때문에 페어가 돼서,
덥고불편한 산타코스츔을 입고,
들뜬 부부나 커플따윌 상대했어.
예전에는 우리도 저쪽세계의 인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시절에도, 친구가 없는 우리들은,
따로 짤 상대가 없을 때라든지에,
이렇게 둘이 불편하게 작업을 같이하곤 했었어.
그걸 생각하면 이상했었네.




15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25:14.99 ID:oIV6bjxg0
휴식시간이 되고, 나는 예전 여자친구를 놔두고,
혼자서 밖으로 담배를 피러 갔어.
그녀와 있으면, 지나가버린 일만 생각해버리게 되니까.
 
아무렇지 않게 주차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본 기억이 있는 파란색 경자동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어.
 
그건 내가 스토커를 할때 자주 본 차야.
즉, 대역 둘이 타고 있는 차라는 말.
꽤 흔하지 않은 차종이니까, 바로 알았어.
 
그러고보니, 20살의 크리스마스 밤.
우리들은 여기에 왔었던가.



16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37:34.71 ID:dgtxDGhR0
전개 읽었다.




16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41:02.54 ID:oIV6bjxg0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추첨회장에 돌아가서,
뭐 이 후에 일어날 일은 예상했겠지만,
네명은, 거기서 처음으로 한 장소에 모이게 돼.
 
다른 때보다 더 행복해보이는 그 둘은, 설마 그 행복이,
눈 앞에 있는 두 명의 더러운 못한 산타클로스에 의한
크리스마스 프레젠트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진짜 예전 여자친구 쪽을 보니, 역시나,
내 대역을 보고, 고통스러운 듯한 눈을 하고 있었어.
아마 나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16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43:06.62 ID:EOR5Xkzb0
사람이란 간단히 변해버리는 거구나. . . . . .




16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50:59.76 ID:oIV6bjxg0
대역 두사람이 가버리고나서, 나는 잠시동안,
그들이 지금부터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해내고 있었어.
옆에 있는 예전 여자친구도, 같은 걸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기분이 나쁜 일은, 아마 거의 없을꺼야.
 
추첨회장 옆에는 가전 코너가 있어서,
나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거기 놓여있는
대형 테레비젼의 영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특별한 것 없이 뉴스영상이 흐르고있고,
가끔씩 역앞의 일루미네이션이 찍혔다가하고,
----그리고 나는 돌연, 아까 그 둘이,
지금부터 죽을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16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2:59:22.49 ID:oIV6bjxg0
인간의 운이란 건, 길게 보면,
균형이 맞는 걸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은, 대체로 운이 없는 인간이
자신을 위로하기위해서 쓰는 말이지만,
그 때만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거야.
 
이상하게도, 어떤 감정도 솟질 않았어.
그런가, 그 두사람은 죽어버리는건가? 그 것뿐.
 
어느 쪽이냐고하면, 기뻐해야할 일이었다고 생각해.
그 남자가 증오스러운 건 바뀌지 않고,
그 여자 애는 어자피 내 것이 될 수 없을테니까.
 
그래, 손에 넣을 수 없는 거라면, 처음 부터 없는 편이 행복한거야.




17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3:39:34.95 ID:oIV6bjxg0
그렇지만, 다음 순간에는, 나는 아르바이트를 내던지고,
예전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었어.
이야-, 스스로도 이런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었어.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이야기야. 지금부터 할 일이,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인지 조차 알지 못했고,
내 얘길 믿고 협력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 뿐이었으니까.
 
백화점 안을 뛰어나가는 산타 두 명을 보고,
어린애들은 우리를 손까락질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실제로, 기묘한 광경이었다고 생각해.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않고 따라와준 건, 꼭 쥔 손에,
어딘가 그리운 무언갈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어째서냐면, 내가 마치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야.




18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3:50:11.30 ID:oIV6bjxg0
밖에 나가니, 이미 눈보라가 날리고 있었어.
나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어.
 
드물게도 내 머리는 맑아져 있었어.
방금 본 뉴스의 진행 상황으로 보면,
제 때에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의 운명의갈림길이었어.
 
그런 긴박한 상황인데도, 한 편, 나는,
뭔가 이상해서 어쩔 수가 없을 정도였어.
 
내가 나 답지않은 행동을 한다는 건,
아마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가장 재밌는 일일꺼야.
두번 째 인생을 거의 증오하고 있던 나였지만,
그렇지만 역시나, 사람이 "답지않은"걸 한다는 건,
뭔가에 대한 한 발 복수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




18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1(日) 23:59:52.96 ID:oIV6bjxg0
"스무살의 크리스마스에, 엄청난 눈의 날이었네"
차를 밟으면서, 나는 조수석에 앉은 그녀에게 말했어.
 
"기억하고 있어? 선물을 주고받은 우리들은,
홍차를 마시면서, 테레비젼을 보고 있었어.
일부러 히터를 켜지않은채, 둘이서 모포를 나눠 덮고 말야.
양촛불로 일부러 몸을 데워가며......,
그런 것이 즐거웠어, 그 때의 우리들은"
 
그녀는 눈을 크게뜨고, 내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가 무언갈 말하기 전에, 나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




19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07:12.91 ID:oIV6bjxg0
"테레비젼에선 사고 뉴스가 나왔었어. 그럴 것이,
너무나 눈이 심하게와서, 그날 밤, 일부에선 정전이 일어났었던거야.
 
그건 그거대로 로맨틱하지만,
장소에 따라선 신호등마저 제대로 작동하질 않게 돼버려서,
눈보라로 시야가 나빠져서, 예정된 대로, 가슴아픈 사고가 일어나.
 
그 때 우리가 듣고 있던 CD는 '레논:레전드'로,
마침'스탠드:바이:미'가 끝나고,
'스타팅:오버'가 시작된 부분이었어.
그 정도로 선명히 기억하고 있어. 크리스마스에 죽는다니,
운이 이렇게 나쁜 사람도 있는거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야" 
19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12:27.86 ID:08RFgW3zO
19번 째 곡까지 가는걸까나?




19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15:04.18 ID:oIV6bjxg0
"뉴스 영상에서는, 여러대의 차가 엉망진창이 돼서,
----그 안에, 푸른 경자동차가 있던걸 기억하고 있어.
사실을 말하자면 그건, 두 번째 인생의 나에게 있어서는, 친숙한 차야.
그럴것이, 내 역할을 뺏은 남자가 타고 있던 차 였으니까"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한번, 곁눈질로 시계를 봤다.
 
"이대로 놔두면,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서, 그들은 명을 다할꺼야.
그게 정말이라면, 나한테 있어서는 바라던 전개인 터야"
 
그녀는 아무 것도 말하지않고, 조용히 이야길 듣고 있었다.
시야의 구석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에게, 나는 다시 그리운 느낌이 들었어.
 
"그래도 말야"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 비극을 그냥 놓아보고 있기에는, 오늘은 너무나도 축복받은 날이야.
거기다 나는, 첫 번째 인생을 사랑하고 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그걸 재현하고 있는 그들을, 어딘가 사랑하고 있는 구석이 있어.
나도, 가끔씩은, 두 번째 인생 다운 면을 보여줄까?라고 생각해.
첫 번째 인생의 반성이나 교훈을 살려서, 좀 더 훌륭한 두 번째 인생을 노리는거야."




19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27:18.60 ID:oIV6bjxg0
사고현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정전을 대비해 대기했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두드리곤, 물었어.
"지금까지도, 이렇게, 사람을 구하거나 하면서 살아온거야?"
변함없이, 지금도 좋은 곳에 눈을 맞추는구나.
 
"아니, 이게 처음이야"내가 대답했어.
"그러니까, 지금 하는 건, 별로 좋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래, 셀 수 없을 정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터인 인간이,
이제와서 자기가 구하고싶은 상대만을 구하려고 한다니"
 
"그런가........나도, 이게 처음"이라고 그녀가 말했어.
"나, 두 번째 인생에 들어와서도, 첫 번째 인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뭔가 하려고 한 건, 한번도 없었어.
지금은 이런 식으로 돼버렸지만, 사실은,
나, 저번 인생을, 그대로 반복하려고...."




19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33:07.89 ID:oIV6bjxg0
"있잖아"라고 그녀가 말했어.
"정전으로, 안보이게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확인 받고 싶어"
 
"뭘?"라고 내가 말을 마치기 전에,
그녀는 발돋움해서, 내 볼에 입술을 갖다대고 있었어.
"미안해"라고 그녀가 말했어."그거뿐이야"
 
확실히, 확인은 그것만으로 충분했었어.
그것만으로, 여러가지 일을, 나는 떠올렸어.
 
나는 꽤나 표면적인 일에 사로잡혀 있었구나.
두 번째 인생에 있어서 기억의 제한은, 내 사고방식까지,
치명적인 결함을 주고 있었던 것 같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나는 너무 경시하고 있었던거야.
지금 이 감각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지만 말야.
 
"이렇게 가까이 있던거네?", 눈을 감고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
그녀가 돌아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주변의 불빛이 일제히 꺼졌어.




20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42:03.35 ID:oIV6bjxg0
그건 정말로 바보같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해.
산타클로스 두명이 주머니에서 여러가지 전등을 꺼내서,
유도봉을 가지고 교통정리를 시작했으니까.
 
준비해온 여러가지 색의 회전등 같은건, 보는 방법에 따라선,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으로 보이지 않을 것도 없었어.
바보처럼 엄청나게 준비해온거야, 우리들.
 
게다가 나는 그 바보스러움에 빠져들어버려서,
창물을 열고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말을 해준 커플 등에게,
몇 번인가 "메리크리스마스 !"같은 바보같은 말을 해버렸어.
 
가장 말하고 싶지 않을 터인 말이었는데말야.
멍청한 모습과, 추위에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거라고 생각해.
 
정말로 엄청난 눈보라여서, 눈을 뜨고있는 것도 괴로웠고,
무의식중에 어금니를 꽉 물어서, 턱이 아파서,
내가 어디까지 옷을 입고있는지도 알지 못할정도로,
몸의 모든 곳이 차갑게 식어버렸었어.




20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47:52.28 ID:oIV6bjxg0
내가 했던 방법이 옳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결국, 사고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끝났어.
 
몇 번인가 우리가 치일 뻔 하긴 했지만,
뭐 눈에 띄는 복장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
이 날만큼은 산타클로스의 복장이 감사했어.
이게 잭랜턴이었다면, 틀림없이 죽었을꺼야.
 
그리고, 예의 파란 자동차가 지나가는 걸, 우리는 배웅했어.
예전의 우리들이 지나가는 걸 배웅한거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그것 뿐만아니라, 자신이 구원받았단 걸,
그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 한것이,
내게 있어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어.




20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0:53:02.12 ID:oIV6bjxg0
전기가 복구된 쯤에는, 우리 몸은 시체처럼 식어서,
감기든 폐렴이든 뭐가 됐든 와라!라는 느낌이었어.
 
어디선가 몸을 녹이고 싶었지만, 이미 가게는 모두 문을 닫은채였고,
핸드폰에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착신이력이 몇건 와있고,
눈으로 타이어가 뒤덮혀서 차가 움직이지 않게 돼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어.
 
그렇지만 그 때, 시계 바늘이, 열두시를 가리켰었어.
그래, 이 순간, 반복은 끝을 고한다.
 
이제부터 앞으론, 우리들도 완전히 모르는 세계다.
 
진짜 내 전 여자친구는, 이빨을 딱딱딱딱 부딪히며 떨면서,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춥네"라고 나에게 미소지었어.
그 한마디하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생각해.
 
생각해보면 말야, 지금까지 10년, 나는 추위를 나눌 상대조차 없었어.




20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01:16.11 ID:oIV6bjxg0
어째서일까? 그 때 문득, 나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어.
대역의 두명은 앞으로도 우리들의 자리를 계속 차지해 갈테고,
덤으로 지금 당장 얼어 죽을거 같고--그렇지만, 행복했었어.
 
지금부터는, 뭔일이 있어도, 대체로 괜찮을 거같은 기분이 들었어.
우리들이라면, 그런대로 잘 해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근거없는 자신감이었지만,
근거가 없는 자신감만큼, 강력한 것도 없을거야.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때의 나는,
첫 번째 인생의 스무살의 크리스마스보다, 행복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건, 정말로 정말로 엄청난 일이야.
 
10년 만의, 해피 크리스마스란 녀석이었어.




20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05:02.90 ID:oIV6bjxg0
아침 무렵에 귀가한 나는, 전혀 졸리지도 않고,
뭔가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었어.
 
내가 여자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을 부시럭부시럭 댄 탓에,
내 침대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이, 잠이 깼어.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베개 맡에 있는 내 선물을 바라보곤,
조금 늦게, "오오-"라고 전혀 기쁘지않은 것만도 아닌 듯이 말했어.
자다 깬 여동생은, 조금이지만 첫 번째 인생의 모습이 남아있어.
 
나는 침대에 걸쳐앉아, "있잖아"라고 말을 걸었어.
 
"오빠는, 10년 뒤의 세상에서 돌아왔어"
 
여동생은 졸린 듯한 얼굴로, 역시나, "잘 다녀왔어?"라며 웃었어.
나는 그게 매우 맘에 들어서,
"다녀왔어"라고 말하고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여동생은 불만이 있는 듯이 내 얼굴을 바라봤지만,
내심,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았어.




20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07:29.74 ID:kzbyqIXi0
눈에서 체액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08:53.37 ID:Gi1fzlQp0
( ´;ω;`)울컥...




20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10:14.22 ID:oIV6bjxg0
"오빠는, 10년 뒤의 세상에서 돌아왔어.
나는 10살 때 부터 20살까지의 인생을, 한번 더 다시 겪었어.
 
그 때의 나는, 지금부터 자신이 범할 잘못이라든지,
정말로 해야만 할 일이라든지 하는 걸, 알고 있었어.
하려고만 하면, 신동이든, 예언자든 될 수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뭐 하나 바꿀 생각이 없었어.
저번과 똑같은 인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말야.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인생의 재현에 실패해버리고 말았어.
주변의 행복했을 터인 사람들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줘버리고 말았어.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알게 됐어.
우리들은, 좀 더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미묘한 차이로 사람은 변하기도하고, 변하게 되기도 한다는 걸.
 
조금 톱니바퀴가 엇나가서, 이런 식으로 돼버렸지만,
그건 사사로운 차이로, 우리가 제대로 되지 못할 이유는 없을 터야.
그러니까, 또 한번, 그 날들을 되 돌리자. 슬슬, 반격개시의 순간이야."
 
 
선물을 안은 여동생은, 역시나, "잘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언젠가 알게 될꺼야, 라고 나는 대답했다.




20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16:18.67 ID:oIV6bjxg0
이런 연유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 까지 읽어 주신 분, 고맙습니다.
 
오늘도 이 장소를 빌려서 선전......이랄까,
이미 몇 분에게 지적 받았지만,
그렇습니다, 작자는 "겐후-케-"인 저입니다.
 
사람을 자살시킬 뿐인 간단한 일입니다.
http://minnanohimatubushi.2chblog.jp/archives/1793472.html



21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30:16.54 ID:PgRitVbC0
>>209 
수고 ! 재미있었어-
실시간으로 본건 처음이었어.



21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44:12.89 ID:oIV6bjxg0
>>210 
밤 늦게까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면서 써서 늦어버렸습니다.
그래서 >>161의 분이 전개읽었다라고 말했을 때는
"어? 나도 모르는데 !" 라고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21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21:52.97 ID:6vnj7NqX0
잠 들지 못했지만, 이 이야기의 완결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21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31:03.01 ID:gOSq5fGp0
수고 하셨습니다 !
언제나 감사합니다




21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1:55:33.05 ID:HE1aI146O
>>1
수고 !
후반 "스타팅:오버"를 배경음으로 해가며 읽었어 엄청 맑은 기분이야 고마워




22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2:36:33.65 ID:oIV6bjxg0
>>219 
그런 방식으로 읽어 주셔서 기쁩니다.
그러고보니, >>192의 분이 제 의도를 알아차려 준것에는 놀랐습니다.




22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2:06:58.75 ID:ByApdrqDO
>>1 
수고하셨습니다!!
종반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닼ㅋㅋ
기분 좋은 청량감을 느끼는 채로 자는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22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2:12:53.11 ID:oRSuJDOn0
좋은 이야기였다 !
수고했어 !




22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6:31:14.88 ID:nnu/z0ZG0
이렇게 재밌는 건 처음이야.



22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7:41:09.53 ID:E3+Ysevu0
일어났더니 끝나있었어 !
수고했습니다 !
깨끗하고 부드럽고 멋있는 문장으로, 마지막 까지 두근두근 거리면서 읽었습니다 !



23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2/10/22(月) 07:52:19.59 ID:RWSeM8zNO
재밌었어~.
그 뒤 같은 이야기도 써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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