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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괴담] 금후禁后(판도라)
[2CH 괴담] 금후禁后(판도라)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를 전하는 주인공은 여자입니다.

이니셜로 등장하는 A, B, C, D 중에서 D만 여자입니다.




이것은 내 고향에서 전해 내려오는 禁后라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읽는 한자인지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들 사이에서는 ‘판도라’라고 통했습니다.


내 고향은 조용하고 평온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놀이터 같은 곳 하나 없는 썰렁한 마을이었지만 딱 하나 아주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을 외곽, 풀숲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 덩그러니 서 있는 빈 건물 하나.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것인지 상당히 낡고 허름한 시골마을 안에서도 한층 더 낡고 허름한 느낌을 주는 집이었습니다.

그것뿐이라면 그저 ‘낡은 빈 집’ 일뿐이었겠지만, 눈길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모님이나 마을 어른들의 과민한 반응.

그 빈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만 하면 엄청 혼을 내고 어떨 때는 때려가면서까지 화를 낼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집이건 똑같아서 나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하나, 그 집에는 어째선지 현관이 없었다는 것.

창문은 있었는데 출입할 수 있는 현관이 없었던 겁니다.

전에 누군가가 살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일부러 창문으로 들어가고 나가고 한 것인지.

그런 수수께끼 같은 점들이 흥미를 끌어서 어느샌가 ‘판도라’라는 호칭까지 붙어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는 큰 화젯거리였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판도라에 대해서 아직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아이들이 ‘안에 뭐가 있는지 들어가 보겠어!’ 하는 마음을 먹기도 했습니다만,

평소에 말만 꺼내도 엄청나게 혼이 났던 기억들이 남아있던 탓에 실행에 옮기는 일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장소 자체는 아이들끼리만도 갈 수 있었고 인적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마 다들 한 번쯤은 그 집 앞까지 간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은 그렇게 그 집의 분위기만 즐기며 별일 없이 지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고 몇 개월 정도 지났을 때,

어떤 남자애가 판도라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가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름은 A라고 하겠습니다.

A의 집은 엄마께서 원래 우리 마을 출신으로 다른 현으로 이사 가서 사시다가 이혼하면서 고향의 할머니 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A 자신은 이 마을은 처음이어서 판도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몰랐나 봅니다.


당시 저와 사이가 좋았던 B(남), C(남), D(여) 중에서 B랑 C가 A와 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 같이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섯이서 모여서 일상적인 잡담을 나누다가 우리가 여느 때처럼 판도라라는 말을 입에 담자 궁금해진 A가 캐물은 것입니다.


“우리 엄마랑 할머니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그 얘기 물어보면 나도 혼나려나?”

“혼나는 정도가 아니야. 우리 엄마아빠는 진짜 세게 때렸다니까.”

“우리 집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A에게 판도라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모두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습니다.

대강의 설명이 끝나고, 가장 큰 의문점인 ‘그 집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기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몰라.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물어보면 혼나고.”

“어른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럼 까짓 거. 뭘 숨기고 있는 건지 우리가 직접 알아내면 되잖아!”


A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께 혼나는 것이 신경 쓰였던 저와 셋은 처음엔 망설였지만 A의 부추김과 지금까지 쌓인 울분이 작용해서 결국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 뒤에 약속을 잡으면서, 놀 때는 언제나 함께 있었던 D의 여동생도 같이 가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여섯 명이 일요일 낮에 모여 작전을 결행하기로 했습니다.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빈 집 앞에 집합.

모두 과자 등을 담은 가방을 하나씩들 짊어지고 와서는 완전히 소풍 온 기분으로 다 같이 들떠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빈 집은 수풀에 둘러싸인 공간에 변함없이 우뚝 서있었고 현관이 없었습니다.

2층 건물이었는데, 2층 창문까지 올라갈 수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려면 1층의 창을 깨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리창 하나 물어주는 정도는 별 거 아니잖아.”


A가 그렇게 말하고는 거침없이 유리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 일 없이 끝난다고 해도 나중에 분명히 혼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머지도 뒤를 따랐습니다.

그곳은 거실이었습니다.

왼쪽이 주방이었고, 정면에 복도가 있고 그 왼쪽이 욕실과 화장실,

복도 끝 오른쪽은 2층으로 가는 계단과 본래 현관이 있을 자리.

낮이기도 해서 밝기는 했습니다만 복도 쪽은 왠지 어두워 보였습니다.


굉장히 낡은 외관에 비해서 안은 상당히 깨끗하다고 할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구 같은 물건 등은 일절 없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전혀 없었습니다.

거실도 주방도 상당히 넓은 편이기는 했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없잖아.”

“평범하네.”

“뭐든 간에 물건이 남아있을 줄 알았더니…”


텅 빈 거실과 주방을 둘러보면서 남자 셋은 시시하다는 듯이 가져온 과자를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2층에 가면 뭐가 있으려나?”


저와 D는 D 여동생의 손을 잡고 2층에 가기 위해 복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복도는…” 하면서 복도에 들어선 순간 저와 D는 심장이 멎을 뻔했습니다.

길게 뻗은 복도는 중앙 왼편에 욕실과 화장실이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 중간쯤의 위치에 화장대가 있고, 그 앞에는 봉이 세워져 있었으며 그 봉에는 머리카락이 걸려있었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가발처럼 머리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랄까?

긴 머리 여성의 머리카락이 그 모양 그대로 거기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위치도, 평균적인 키의 여성이라면 그곳에 머리가 있겠다 싶은 높이에 조정되어 있어서,

마치 여자가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재현한 듯한 모습.

한 순간에 닭살이 돋아서


“뭐야?! 저게 뭐야?!”


하며 약간의 패닉 상태에 빠진 나와 D.

뭐야 뭐야 하면서 복도로 온 남자 세 명도 기괴한 광경에 아연실색했고,

D의 여동생만이 “저게 뭐야?” 하면서 동그란 눈으로 의아해하고 있었습니다.


“뭐, 뭐야… 저게……진짜 머리카락인가?”

“… 몰라……가서 만져볼까?”


A와 B는 그런 말을 나누는 걸 나머지가 필사적으로 말렸습니다.


“위험해! 하지마. 이상하잖아. 분명히 뭐가 안 좋을 거야.”

“그래, 하지마.”


어떻게 보더라도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는 그 광경에 공포를 느끼고는 일단 모두 거실로 되돌아왔습니다.

거실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복도 쪽으로 시선을 두는 것조차도 싫었습니다.


“어쩔까…. 복도 안 지나가면 2층에 못 가는데.”

“나, 난 싫어….저거, 너무 이상하잖아.”

“나도 뭔가 느낌이 안 좋다.”


C, D와 나는 너무도 예상외의 광경을 보고서 완전히 의욕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저걸 안 보면서 가면 되잖아.”

“2층에서 뭐가 나오던 간에 계단 내려오면 바로 요기로 나갈 수 있잖아. 게다가 아직 대낮이다 야.”


A와 B는 2층이 그렇게 보고 싶은 건지, 빼기 시작하는 우리 셋을 부추겼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살피며 어떡할까 하다가 갑작스레 깨달았습니다.


“얼레? D(여동생)…… D(여동생)는?”


그제야 모두가 눈치를 챘습니다., D의 여동생이 없어진 겁니다.

우린 유일한 출구인 창 앞에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는 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안이 넓다고는 해도 거실과 주방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곳에 있어야 하는 D의 여동생이 없어진 것 압니다.


“○○! 어디 있어?! 대답해!”


D가 열심히 동생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혹시 위에 올라간 거 아냐?”


그 한마디에 모두가 복도를 보았습니다.


“세상에, 왜?! 뭐 하는 거야 걔 정말?!”


D가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소리쳤습니다.


“진정해. 일단 2층으로 올라가자.”


무섭단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바로 복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

“○○! 빨리 안 나올래?!”


모두 D의 동생을 부르며 계단을 올랐습니다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계단을 오르자 방이 두 개 있었습니다.

둘 다 문은 닫혀있었습니다.


먼저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 방은 밖에서 봤을 때 창문이 보이던 방이었습니다.

안에는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D의 동생도 없었습니다.


“저 쪽이네……”


우리는 다른 하나의 문에 다가가 천천히 방문을 열었습니다.


D의 동생이……있었습니다.

다만, 우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습니다.

그 방의 중앙에는 1층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화장대와 가운데에 세워진 봉. 그리고 봉에 걸린 긴 머리.

섬뜩한 광경에 압도되어 모두 망연자실한 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 이게 뭐야?”


갑작스레 질문을 한 D의 동생은, 다음 순간 엄청난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화장대에 다가가서 세 개의 서랍 중에 첫 번째 서랍을 열어버린 것입니다.


“이게 뭐야?”


D의 동생이 서랍에서 꺼내어 우리에게 내민 것.

그것은 붓 같은 것으로 쓰인 禁后라는 한자가 적힌 한지였습니다.

멍한 채로 D의 동생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

이때 어째서 바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D의 동생은 개의치 않고 한지를 다시 넣고는 서랍을 닫더니 이번엔 두 번째 서랍에서 내용물을 꺼냈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물건.

禁后라는 한자가 적힌 한지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뭐가 어찌 되어가는 것인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로 덜덜 떨기만 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만,

D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동생을 잡았습니다.

D는 거의 울고 있었습니다.


“뭐 하는 거야 너?!!”


동생을 호되게 나무라면서 한지를 뺏어 들고는 서랍에 다시 넣으려고 했나 봅니다.

이때 D의 동생이 한지를 꺼낸 뒤에 두 번째 서랍을 바로 닫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황했던 것인지 D는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

가장 밑의 서랍을 열어버린 것입니다.

드륵- 하고 서랍을 연 순간, D는 안을 들여다보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말없이 서랍을 들여다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왜 그래? 뭔데 그래?”


여기서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된 우리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려 한 순간 쾅- 하는 큰 소리를 내며 D는 서랍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어깨보다 조금 길게 내려오는 자신의 머리를 입으로 가져가서는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습니다.


“야……왜 그래??”

“D!...... 정신 차려!”


모두가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이 그저 자신의 머리카락을 씹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인지 D의 동생도 울기 시작하고 상황은 긴박해져 갔습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뭐야 도대체!...... 아무튼 빨리 집으로 가자. 여기서 나가자!”


D를 세 명이 들고, 나는 D의 동생의 손을 잡고 서둘러서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동안에도 D는 계속 자신의 머리를 우물거리고 있었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그저 ‘빨리 어른들한테 가야 해!’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우리 집으로 뛰어들어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펑펑 울고 있는 나와 D의 동생. 땀범벅이 되어 서 있는 남자애 셋.

그리고 기괴한 행동을 계속하는 D.

어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가 빙빙 돌고 있는데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 나왔습니다.


“엄마!!......”


울면서도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데 엄마는 갑자기 나와 남자 세 명의 따귀를 때리더니 고함을 쳤습니다.


“너희들! 그 집에 갔구나?! 그 빈 집에 갔던 거지?!!”


전에 본적 없이 화난 모습에 우린 그저 열심히 고개만 끄덕였고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희들 전부 안에서 기다려! 지금 너희 엄마 아빠께 연락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엄마는 D를 안아 부축해서 2층으로 데려갔습니다.

우리는 시킨 대로 거실에 모여 멍하니 앉아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모이실 때까지 엄마와 D는 2층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다 모였을 즈음, 엄마만 거실로 내려와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이 애들……그 집에 들어갔대요.”


어른들이 술렁거리더니 모두 동요하거나 경악하거나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들, 뭘 본 거야?! 거기서 뭘 봤냐고?!!”


각각의 부모님들이 일제히 자신의 아이에게 질문을 해댔고 우린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A와 B가 어렵사리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본, 본 건……화장대랑…. 머리카락 같은……그리고…. 창을 깨버려서……”

“다른 건?! 그것만 본 거야?!”

“그리고…. 뭔지 알 수 없는 말이 쓰여있는 종이……”


그 한 마디에 갑자기 자리가 조용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2층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렸습니다.

우리 엄마가 놀라서 2층으로 올라갔고 몇 분 뒤에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온 것은 D의 엄마였습니다.

보기 힘들 만큼 눈물범벅이었습니다.


“……본 거니?...... D, 서랍 안을 본 거니??”


D의 엄마가 우리에게 붙어 서며 물었습니다.


“너희들, 화장대 서랍장을 열고서 그 안을 본 거냐고?! 2층 화장대 세 번째 서랍장이었니? 그래?!”


다른 어른들도 추궁하듯 물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서랍은 저희도 봤어요. 세 번째는……D만…...”


말이 끝나자마자 D의 엄마는 엄청난 힘으로 우리를 붙잡으며


“왜 안 말렸어! 너희 친구 아니니?!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라며 소리쳤습니다.

D의 아빠와 다른 어른들이 다 같이 말리며


“진정해!” / “D엄마, 정신 차려요!”


하며 D의 엄마를 달랬고 잠시 뒤에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D의 동생을 데리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일단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어 우리는 B의 집으로 이동했고 B의 부모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희가 간 그 집 말인데, 처음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었다.

거기는, 화장대하고 그 머리만을 위해서 세워진 집이야.

나나 다른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그 화장대는 실제로 쓰이던 것이고 머리카락도 진짜다.

그리고, 너희들이 봤다고 하던 그 글자……이거 맞지?”


그렇게 말하고 B의 아버지는 펜으로 禁后라고 종이에 적어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네……맞아요.”


우리가 대답하자 B의 아버지는 종이를 확 구겨서는 쓰레기통에 던지고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이건……그 머리카락 주인의 이름이다.

뭐라고 읽는지는, 일단 알지 못하면 절대 입에서 나올 리 없게 지어져 있어.

너희가 알아도 되는 것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그 집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마라.

다시 가는 것도 안 된다. 알겠지? 일단 오늘은 모두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로 알고 편히 쉬어라.”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시는 B의 아버지께 B가 어렵사리 물었습니다.


“D는 어떻게 된 거예요??...... 걔, 왜 그렇게……”

“그 애 일은 잊어버려라. 이제, 두 번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일도 없고…… 너희들하고도 다시는 못 만날 거다. 그리고……”


B의 아버지는 조금 슬픈 듯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으셨습니다.


“너희들은 그 애 엄마한테 앞으로 평생을 원망받으면서 살게 되겠지.

이번 일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아까 너희도 D의 엄마를 봐서 알잖아. 너희는 이제 그 애와 다시 엮여서는 안 돼.”


그렇게 B의 아버지는 방을 나가셨습니다.

우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긴 하루였습니다.



그 뒤로 당분간은 평소처럼 생활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우리 부모님도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도 그 일에 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어서, D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채입니다.

학교에는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설명한 모양인데 1개월쯤 뒤에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또 그날, 우리들 집 외 다른 집에도 연락이 간 것인지, 그 빈 집에 관한 이야기는 서서히 줄어갔습니다.

빈 집의 모든 창도 엄중하게 막아놓아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두었다고 합니다.


나와 그때 친구들 모두 그 집에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았고 D의 일도 있어서인지 점점 서로 멀어져 갔습니다.

고등학교도 각각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고 나도 다른 세 명도 현을 떠나서 이제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여기까지 서툰 문장을 읽어주셨는데 죄송한 말씀을 드리자면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끝나버렸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제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 즈음입니다만 D의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한테로 편지가 왔었습니다.

내용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만 그때 엄마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 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엄마에게는, 자식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숨겨두는 선택이라는 게 있는 거야.

만약…. 그렇게 된 게 너였다면, 엄마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그게 설령……잘못된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그 집의 진실

이 이야기는 ‘판도라’라는 괴담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우선, 이것은 엄마가 딸에게 세 가지의 의식을 행하는 것이 대대로 이어지던 어느 가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그 집안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 가문에서는 딸은 어머니의 [소유물]로서, 딸을 [재료]로 하는 어떤 의식이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둘 내지는 새 명의 딸을 낳고, 그중 한 명을 [재료]로 선택합니다.

(아들을 낳을 가능성도 있을 텐데 그럴 경우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정한 딸에게는 두 개의 이름을 지어주고 하나는 엄마만이 아는 진짜 이름으로 평생을 숨깁니다.

만에 하나 이름이 알려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원래 한자의 음/뜻과는 전혀 다른 후리가나(한자를 읽기 위한 히라가나)를 달기 때문에,

설령 그 한자를 안다고 하더라도 엄마 외에는 그 이름을 절대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와 딸 둘이서만 있을 때에도 절대로 숨겨진 이름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 딸이 엄마의 [소유물]이란 것을 강조/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또, 숨기는 이름을 짓는 날에 반드시 화장대를 준비해서 딸의 10살, 13살, 16살 때의 생일날 이외에는 절대로 딸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것은 전부 앞으로 다가올 어떤 날을 위한 사전준비라고 합니다.


진짜 이름을 아무에게도 불리는 일 없이 [재료]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엄마의 [교육]이 시작됩니다.

(선택되지 않은 딸은 지극히 평범하게 키워집니다)

그 [교육]이라는 것은……

∙ 고양이 또는 개의 얼굴을 조각조각 내기

∙ 꼬리만 남겨진 몸체를 기르기

(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살아있는 것처럼 다루어서 딸이 그것을 진실로 믿게끔 했다고 함)

∙ 고양이의 귀와 수염을 사용한 주술을 가르쳐서 그 주술로 쥐를 죽이기

∙ 거미를 잘게 나누어서 그것을 다시 원래 형태대로 맞추기

∙ 분뇨를 먹기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등등


모든 내용을 도저히 다 쓸 수가 없어서 아주 일부만 옮깁니다만 하나하나가 전부 듣기만 해도 헛구역질이 날 듯한 내용들뿐이었습니다.

그중에도 동물이나 벌레, 특히 고양이와 관계되는 것이 전체의 1/3 정도였습니다만, 그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가문에선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은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함일 뿐이고 목적한 수의 여자아이를 낳는 시점에서 관계가 단절됩니다만,

(관계의) 조건으로써 사전에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문이나 주술의 비밀을 캐려고 드는 남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어느 대에서부턴가 남자와 관계를 할 때에 주술을 사용하여 남자에게 마물이 씌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죽인 고양이 등의 원혼이 전부 남자에게 가서,

비밀을 캐려고 하는 남자의 집에 재앙이 일어나도록 하여 가문의 비밀을 캐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역자 주 – 뒤에 언급이 있습니다만, 엄마는 결혼 없이 독신으로 살며 ‘관계’만을 가지고 딸을 낳아 대대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그런 이유 등도 있고 해서, 고양이 등의 동물이 [교육]에 많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료]로서 심어지는 어긋난 상식, 어긋난 가치관, 어긋난 기호 등을 위한 [이상한 교육]은 대대로 모녀간에 13년 동안이나 이어집니다.

이 기간 중에 세 가지의 의식 중에 두 가지가 행해집니다.


하나는 10살 때, 엄마는 딸을 화장대 앞으로 데려가고, 딸은 엄마에게 줄 손톱을 지정받습니다.

여기서 딸은 화장대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양 손발에서 어느 손톱/발톱을 몇 개나 제공할지는 그 대의 엄마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공이란 물론 손톱을 빼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손톱을 빼서 엄마에게 건네는 것입니다.


화장대에 있는 세 개의 서랍 중에 가장 위의 서랍에 손톱과 딸의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를 같이 넣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날 하루를 화장대 앞에 앉아서 보내게 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의식입니다.


또 하나는 13살 때, 똑같이 화장대 앞에서 ‘치아’를 제공하도록 지정받습니다.

이것도 세대에 따라 그 수가 다릅니다.

스스로 자신의 치아를 뽑고, 엄마는 그것을 화장대의 두 번째 서랍에 역시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와 함께 보관합니다.

그리고 또 그날 하루를, 엄마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보냅니다.

이것이 두 번째 의식입니다.


이 두 가지의 의식을 끝마치면, 그다음 날부터 16살 때까지의 3년간은 [교육]이 전혀 행해지지 않습니다.

갑작스레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유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이미 엄마의 말대로 움직이는 인형과 같은 상태가 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자신 본래의 감정 때문인지 지극히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딸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3년 뒤, 딸이 16살이 되는 해에 마지막 의식이 행해집니다.

마지막 의식. 그것은 화장대 앞에서 엄마가 딸의 머리카락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먹는다기보다 몸속에 넣는다는 점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민머리가 될 정도로 거의 통째로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화장대를 바라보며 정신없이 입에 넣고 삼킵니다.

딸은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


이윽고 딸의 머리카락을 다 먹으면, 엄마는 딸의 진짜 이름을 부릅니다.

딸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듣게 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이것으로 이 의식은 완성되며 목적이 달성됩니다.

이다음날부터 엄마는 온종일 자신의 머리카락을 우물거리기만 하는 폐인 같은 상태가 되며, 죽는 날까지 격리되어 살아가게 됩니다.

폐인이 되었다 함은 말 그대로 엄마의 빈 껍데기 같은 것으로 엄마와는 완전히 별개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저 사람 모양을 한 풍선과 같은 것으로 엄마 본인은 아무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도달한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일은 모두 그곳으로 가는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였던 것이며 마지막 의식으로써 그것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 미지의 장소에는, 지금까지 같은 식으로 자격을 얻어서 온 엄마들이 살고 있으며 순결하고 완벽한 낙원과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의식으로 자격을 얻은 엄마는 그 낙원으로 옮겨지며 머리카락을 우물거리는 빈 껍데기만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생명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남겨진 딸은 엄마의 자매들이 키워줍니다.

딸을 두세 명 낳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엄마가 없어진 이후, 평범하게 자란 이모들이 딸을 돌봐주게끔 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엄마에게서 해방된 딸은 머리의 길이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 즈음에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이 엄마의 입장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낙원으로 가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이 가문에 대한 설명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도 있었습니다만, 두 번 세 번 글을 올려도 다 올릴 수 없는 분량과 내용이었습니다.

나름 알기 쉽게 쓰려고 했습니다만, 이번엔 특히나 난해하고 읽기 버거운 내용이었던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니 계속해서 이어가겠습니다.



사실 이 악습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이 악습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 생각이 점점 커져서, 차츰 엄마와 딸의 본래의 모습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가문 내에 그러한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악습은 사라져 갔고 결국에는 금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숨기는 이름과 화장대의 관습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숨기는 이름은 엄마의 증표로써, 화장대는 축하의 선물로써 이어져간 것입니다.

조금씩 주변의 주민들과도 접하면서 지내게 되어, 부부가 되어 가족을 만들어 사는 경우도 늘어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세월이 흐른 어느 해, 한 여자가 결혼을 하여 아내가 되었습니다.

八千代(하치요)라고 하는 여자였습니다.

악습이 없어진 이후에 태어난 엄마 밑에서 아주 평범하게 자란 여자였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으며 원만한 인생을 살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가문에 대해서 어머니께 들은 바가 있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만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수년 뒤엔 딸도 출산하여 貴子(타카코)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엄마에게 배운 대로 숨기는 이름도 지어주고 화장대도 자신의 것과 같은 것으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날들이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딸인 타카코가 10살이 되던 해에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날 하치요는 부모님 댁으로 가 있었고 집에는 타카코와 남편만 있었습니다.

볼일을 마치고 밤이 되어서 하치요가 집에 돌아와 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손톱과 이가 몇 개씩 뽑힌 채로 타카코가 죽어있던 것이었습니다.

집안을 살펴보니, 잘 보관해 두었던 타카코의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타카코의 뽑힌 손톱과 이가 타카코의 화장대 안에 있었습니다.


남편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는 채, 딸을 붙잡고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이상함을 눈치챈 인근 주민들이 바로 달려왔지만 하치요는 그저 타카코를 안고 울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일단 하치요의 부모님께 이 일을 알리기로 하고 나머지는 남편을 찾기 위해 흩어졌습니다.

이때 하치요를 혼자 두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하치요는 딸의 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주민들이 하치요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일을 알렸을 때, 현장의 상황을 전해 들은 하치요의 부모님은 침착했다고 합니다.


“알 것 같군. 하치요한테서 들은 의식을 시험해보려 한 것이겠지.

하치요에겐 자세한 것은 알려주지 않았으니, 단편적인 부분밖에 몰랐을 텐데, 타카코가 10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군……”


그리고 같이 하치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치요의 집에 도착해 보니, 아까까지 울고 있던 하치요도 죽어있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여 그저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치요의 부모님은 시종일관 침착한 모습으로


“우리가 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와선 안 돼.”



라고 말하고는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 시간이 흐른 뒤에 부모님이 나와서


“두 사람은 우리가 공양했다. ○○(남편)은 찾지 않아도 돼. 이유는 곧 알게 돼.”



라고 주민들에게 전하고는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남편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만 그리 오래지 않아서 하치요의 집 앞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입에 한가득 머리카락을 물고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주민들이 하치요의 부모님께 묻자,


“이 시간 이후에 하치요의 집에 들어가는 자는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저주를 걸어두었으니까.

그 아이들은 악습에서 풀려난 새로운 시대의 아이들이야. 이렇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하다못해 조용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라고 설명하고는, 하치요의 집을 그대로 남겨두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집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하치요 부모님의 부탁을 지키면서 아무도 집안을 들여다보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모녀의 공양을 위한 집으로써 오랫동안 남아있었습니다.


후에,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서 집을 철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주민들은 처음으로 집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있던 것은 우리들이 본 것, 그 화장대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하치요의 집은 2층이 없었기 때문에 1층 현관 바로 안 쪽에 나란히 있었다고 합니다.

하치요의 부모님이 어떻게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머리의 형태를 갖춘 머리카락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그 ‘저주’라고 직감한 주민들은 신중하게 화장대를 운반하여 새로 지은 빈 집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때 실수로 화장대 서랍의 내용물을 봐버린 모양입니다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건 아마도 같이 공양을 드렸던 주민 중에 한 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한 듯합니다.


빈 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졌고 현관이 없는 것은 출입을 하는 집이 아니기 때문이며,

창은 햇볕이나 바람이 잘 들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두 모녀에 대한 공양의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아무도 들어가선 안 되는 집으로 마을 전체에 전해지면서 어른들만이 아는 비밀이 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그 화장대와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봤던) 화장대와 머리카락은 하치요와 타카코 모녀의 것이었고,

종이의 한자는 숨기는 이름으로 지어진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빈 집이 세워진 이후, 안에 들어가 보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대로 집을 헐고 새로 지으면서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일부 사람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때와 마찬가지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의 호기심에는 강하게 대응해서 문제가 일어날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부모님 대에서 한 번의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저와 같이 빈 집에 간 A의 가족에 대해 살짝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기억하고 있으신지요.

A의 할머니와 엄마 모두 원래 이 마을 출신으로, A의 엄마가 결혼하면서 다른 현으로 가서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아직 아이였던 시절

A의 엄마와 B의 두 부모님 그리고 남자애 한 명(E라고 하겠습니다)을 포함해서 넷이서 그 빈 집에 갔던 것입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밤중에 집을 빠져나와, 일부러 사다리까지 가져와서는 2층의 창문을 통해 들어갔다고 합니다.

창문으로 들어간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살짝 실망감을 느끼며 옆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방에서 화장대와 머리카락을 보았을 때, 밤중이라는 상황도 있고 하여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A의 엄마는 상당히 담이 센 편이었던 것인지

무서워하는 세 명을 제쳐두고 화장대로 다가가선 서랍을 열려고까지 하는 것입니다.

세 명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바람에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그 방을 나와서 숨죽이며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또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복도 바로 앞에 있는 화장대와 머리카락.

이 시점에서 세 명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졌지만 A의 엄마가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D의 여동생처럼 서랍을 열고는 안의 내용물을 꺼낸 것입니다.

A의 엄마가 꺼낸 것은, 1층 화장대의 첫 번째 서랍에 있던 紫逅라고 쓰인 종이였고 손톱도 몇 개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좀 위험하다 싶었던 세 친구들은, A 엄마를 억지로 끌어당기고 종이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으려고 했습니다만,

우왕좌왕하다가 봉에 걸려있던 머리카락을 떨어트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빈 집 안에서 가장 기괴한 분위기를 내던 그 머리카락은 A의 엄마 역시 만질 용기가 나질 않았고,

네 사람은 그 상태를 그대로 놔두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 뒤로 2, 3일 동안은 그대로 방치했던 모양입니다만,

부모님께 들켰을 때가 걱정되어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B의 부모님은 도저히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기에 A의 엄마와 E 둘이서 가게 되었습니다.


밤에 빠져나와서 사다리로 2층의 창문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내려가서, 집에서 가져온 집게로 집어서 어찌어찌 봉에 올려놓았습니다.


“자, 얼른 가자.”


라고 E는 서둘렀습니다만 (머리카락을 되돌려 놓고는) 안심이 된 것인지,

A엄마는 E를 놀려주기 위해 이번에는 화장대의 두 번째 서랍을 열었습니다.

紫逅라고 쓰인 종이와 몇 개의 치아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큰 공포심에 E는 비명을 지를 뻔하며 울상이 되었습니다만, A의 엄마는 오히려 재미있어하며,

E에게만 안이 보이게끔 세 번째 서랍을 열었다고 합니다.

E가 서랍 안을 본 것은 단 몇 초뿐이었습니다.


“뭐가 있는데??”


하며 A의 엄마가 안을 들여다보려 하자 E는 쾅! 하고 서랍을 닫고는 멍하니 선채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A의 엄마는 E가 복수하려고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갑작스러운 두려움에 혼자서 돌아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어머니께 사정을 이야기하자 어머니의 얼굴색이 급변하더니 상황이 갑자기 심각해졌습니다.

E의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어른들이 바로 빈 집으로 갔습니다.


수십 여분 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A의 엄마는 부모님께 안겨서 돌아온 E를 스치듯 보았습니다.

뭔가 볼이 미어지게 물고 있는 모습으로, 입에서는 긴 머리카락이 몇 가닥 보였다고 합니다.

후에, B의 부모님도 오시게 되어, 어른들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한 듯합니다만,

E의 부모님은 세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말로 하기 힘들 정도의 표정으로 A의 엄마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고 합니다.



세 사람은 그 빈 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E의 가족이 어디론가 이사를 갈 때까지의 약 한 달간 E의 부모님은 A의 엄마의 집에 매일같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A의 엄마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었고, 보다 못한 어머니가 다른 현에 있는 친척에게 A의 엄마를 맡긴 것입니다.

그 후의 A 엄마나 E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A의 엄마가 고향에 돌아온 것은 E에 대한 속죄의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장대 서랍에 들어있던 것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빈 집에는 1층에 하치요의 화장대, 2층에 타카코의 화장대가 있습니다.

하치요의 화장대에는 첫 번째에는 손톱, 두 번째에는 치아가,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와 함께 들어있습니다.

타카코의 화장대에는 첫 번째 서랍도 두 번째 서랍도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만 들어있습니다.

하치요가 紫逅 타카코가 禁后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세 번째 서랍입니다만, 안에 들어있던 것은 손목이라고 합니다.


하치요의 화장대에는 하치요의 오른손과 타카코의 왼손,

타카코의 화장대에는 타카코의 오른손과 하치요의 왼손이,

서로 깍지를 끼고 있는 상태로 들어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D와 E는 그것을 보고 이상해져 버린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숨겨진 이름과 함께 그것을 본 것이 문제였습니다.

紫逅는 하지요의 어머니가, 禁后는 하치요가 직접 적은 것으로 세 번째 서랍의 안 쪽에는 이름의 후리가나가 빽빽하게 쓰여있다고 합니다.


빈 집은 지금도 있습니다만, 지금의 아이들은 거의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오락거리가 많은 요즘 시대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아닌 모양입니다.

지역을 밝힐 수는 없지만, 동일본은 아닙니다.


그리고 D의 어머니께서 보내신 편지 말씀입니다만, 이건 그냥 덮어두는 걸로 하겠습니다.

D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저는 아무 말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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